1944.12.19 본회퍼의 기도
산하의 오역 1944년 12월 19일 본회퍼의 기도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겨울. 독일군은 이미 동서 양편에서 참담한 패배를 경험하고 있었다.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은 파리를 해방시키고 독일 영토를 목전에 두고 있었고 복수심에 불타는 소련군은 폴란드 국경까지 육박해 왔다. 그 가운데 12월 19일 테겔의 군 형무소 안에 갇혀 있던...
View Article1978.12.20 외나무다리의 남과 북
산하의 오역 1978년 12월 20일 남북 외나무다리에 서다 1974년의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남북은 그야말로 죽기살기의 대결을 펼쳤다. 남한측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는 메달 하나가 아까운 나머지 현역에서 은퇴한지 6년이 지난 현역 신민당 국회의원까지 역도 경기에 출전시켜서 은메달을 땄던 일화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View Article1898.12.21 라듐과 퀴리부인
1898년 12월 21일 라듐과 퀴리 부인 어느 출판사에서 위인전을 내놓든 절대로 빠지지 않을 인물이 있다면 국내에선 세종대왕과 이순신일 것이고, 해외 인물로는 에디슨이나 퀴리 부인쯤 될 것이다. 퀴리 부인. 불굴의 의지로 연구를 거듭하여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여류 과학자. 나는 그녀의 본명을 과학 교과서가 아닌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다. 그녀의 딸은...
View Article1989.12.22 콘두카토르의 몰락
산하의 오역 1989.12.22 “컨두카토르”가 무너지던 날 루마니아는 좀 독특한 나라다. 이름 자체가 로마인의 땅이라는 뜻으로서 슬라브족이 대세를 이루는 동유럽에서 일종의 섬이라고 불리울 만큼 독특한 정체성을 가져온 나라이며, 동유럽을 장악했건 오스만 투르크에 끈질기게 저항했던 드라큘라 백작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 역사를 더듬자면 얘기가 길어질 것 같고,...
View Article1993년 12월 23일 논바닥의 보물, 세상에 나오다
산하의 오역 1993년 12월 23일 논바닥의 보물 세상에 공개되다 1993년 겨울, 부여의 능산리 고분군 근처에서는 주차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능산리 고분들은 일제 시대 또는 그 이전에 도굴이 끝나 버리기는 했지만, 사비, 즉 부여로 도읍을 옮긴 뒤의 왕과 귀족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것들로서 사적 13호로 지정, 깔끔하게 정비를 끝낸 터였다. 자연히...
View Article1980.12.24 크리스마스 이브의 교수형
산하의 오역 1980. 12. 24 타잔 교수대에 서다 사형 집행이 사실상 ‘무기 연기’된 요즘은 덜 할지도 모르지만, 12월은 사형수들에게 공포의 달이었다. 해를 넘기지 않기 위해, 또는 다음 정권에게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에 서명이 무더기로 이뤄지는 일이 잦았던 탓이다.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사형 집행은 97년 12월 30일에...
View Article1995.12.25 낮은 곳으로 임한 의사
산하의 오역 1995년 12월 25일 지극히 낮은 곳을 향했던 의사 예수가 탄생한 지 1995년 (12월 25일이 원래 예수의 생일이 아니라던가, 서력 기원 계산이 잘못되었다던가 하는 반론은 받지 않겠다. 그냥 그렇다고 친다.)되는 해, 예수는 아마도 꿈에도 몰랐을 동쪽의 머나먼 나라에서 평생 그의 가르침을 따르던 의사 하나가 거룩하다고 감히 표현해도...
View Article1974.12.26 위대한 백지의 시작
산하의 오역 1974년 12월 26일 위대한 백지의 시작 10월 24일 산하의 오역에 74년 그날 동아일보에서 열린 “자유언론수호대회”를 끄적인 바 있는데, 오늘은 그 후속편이 되겠다. 언론이 말 그대로 재갈이 물리고 결박당하고 주리가 틀리던 시절이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장이시며 여러 모로,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서 원성을 들으시는 그분도 기사 잘못 썼다가...
View Article1945.12.27 닥치고 반탁
1945년 12월 27일 닥치고 반탁모든 민족, 모든 나라의 역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우리 현대사는 더더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 모든 것을 무릅쓰고 ‘대동단결’했던 순간은 실로 드물다. 물론 사안마다, 그리고 동네마다 하나가 되어 작은 승리를 일군 기억은 있을지 몰라도 3천만 또는 4천만 백성이 하나되었 일어선 기억은 흔하지는 않다. 그 중의...
View Article1894.12.28 녹두꽃은 떨어지고
산하의 오역 1894년 12월 28일 녹두꽃이 떨어지면 1894년 갑오년의 겨울은 추웠다. 춥다못해 삭막했다. 특히 충청도 이남 호남 땅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그 지역에서 일어난 농민군 몇 만명의 시신이 굳은 땅 속에서 더디 썩어가고 있었다. 척양척왜 제폭구민 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한양으로 진군하려던 그들은 대개 우금치 전투에서 몰살당했고 다른...
View Article1896.1.1 건양 원년
산하의 오역1896년 1월 1일 건양 원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방대한 기록 자료인 조선왕조실록. 매일같이 사관들이 붓을 휘둘러 꼼꼼히 기입한 조선왕조실록에서 별안간 40여일이나 되는 날짜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임진왜란같은 전쟁통에 유실된 것도 아니고 천재지변이나 반란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조선왕조실록은 1895년 을미년...
View Article1905.1.2 뤼순 함락 - 삽질이 바꾼 20세기의 서막
산하의 오역1905년 1월 2일 삽질이 바꾼 20세기 - 뤼순 함락 1904년 2월 일본 해군이 러시아 해군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를 예상한 나라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사나운 기세로 러시아를 몰아부쳤고, 몇 번의 중요한 승리 끝에 러시아 극동 함대 기지가 있던 뤼순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요새 축성 전문가를 보유한...
View Article2008.1.3 링 위의 불꽃 최요삼
산하의 오역2008년 1월 3일 링 위의 불꽃, 최요삼 2007년 대통령 선가가 있던 해의 크리스마스. 나는 컴퓨터 모니터 한 귀퉁이에서 낯익은 이름 하나를 읽었다. 최요삼의 WBO 세계 타이틀매치. 그때 받은 느낌은 딱 하나였다. “얘 아직 권투하나?” 내가 그 이름을 익혔던 것은 20세기가 마감되기 전이었다. 그가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이 됐던...
View Article1637.1.4 병자호란 발발
산하의 오역 1637년 1월 4일 병자호란 발발 어느 분이 ‘산하의 오역’에서 왜 근대 이전의 우리 역사는 거의 나오지 않느냐고 물으신 적이 있다. 이유가 있다. 트위터에서 짤막하게 오늘의 역사를 올려 두던 즈음, 충무공 이순신을 두 번 죽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신의 힘을 빌려 충무공의 전사일을 찾아 소개를 했는데 누군가가 이런 토를 다는 게 아닌가....
View Article1951.1.5 이상한 혁명가 피제손 타계
산하의 오역 1951년 1월 5일 이상한 혁명가 피제손 타계 1884년 갑신년 바람의 냄새가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던 음력 10월의 어느날, 우정국 낙성연이 성대하게 열렸다. 근대적 우편업무를 담당할 이 관청의 출발을 축하하며 각국의 공사들과 조선의 고관대작들이 몰려들었다. 서양의 예복과 조선의 관복들이 어우러져 술잔을 나누며 취흥은 도도히 피어올랐다. 그때...
View Article1996.1.6 끝내 일어나지 못한 우리의 가객
산하의 오역 -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ml:namespace prefix = o />-ml:namespace prefix = o />-ml:namespace prefix = o />-ml:namespace prefix = o...
View Article1989.1.7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죽음
산하의 오역 1989년 1월 7일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죽음 그는 물론 사람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미 신격화된 할아버지의 손자였고, 아버지의 대를 이어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무례한 행동을 하는 자에게는 징역 5년 이상의 불경죄를 적용하는 법이 이미 19세기부터 정립되어 있었다. 1901년 20세기의 첫 해에 태어난...
View Article1936.1.8 연희전문 농구 최고의 날
산하의 오역1936년 1월 8일 연희전문 농구 최고의 날 요즘은 좀 시들해졌지만 한창 농구를 즐겨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기는 묘하게도 연세대학교 농구팀이 최절정기를 구가하던 때와 일치한다.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김훈 서장훈 등등 지금 읊어도 그들을 따르는 오빠부대들의 괴성이 귀에 쟁쟁한 연세대학교 농구팀이 대학팀은 물론 실업팀(당시는 프로농구가 없던...
View Article2003.1.9 불에 탄 호루라기
산하의 오역 2003년 ·1월 9일 불에 탄 호루라기 원칙과 상식을 주창하는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가 때 이른 봄기운처럼 엄동의 겨울을 감싸고 있던 2003년 1월 9일 새벽, 경남 창원의 드넓은 두산중공업 공장 한 귀퉁이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불꽃이 피어올랐다. 사람들이 출근도 하기 전이었던지라 불길은 태울 것을 마음껏 태웠다. 그...
View Article1997.1.10 의인 이근석
산하의 오역1997년 1월 10일 의인 이근석 1997년 1월 10일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대목이었다. 명동 거리는 주말의 해방감에 젖은 인파로 붐볐고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골목을 빠져나가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빽빽한 사람들의 숲속에서 매서운 눈을 번득이며 뭔가를 찾는 세 명의 사내들이 있었다. 한데 몰려 다니다가 흩어졌다가 누군가에 접근했다가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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