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11.9 의열단과 김원봉
산하의 오역 1919년 11월 9일 의열단과 김원봉 1919년 11월 9일 만주 길림성의 한 중국인 집 안에는 상기된 얼굴의 조선인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13명. 윤세주, 이성우 등이 좌정한 가운데 날카로운 눈매에 잘생긴 얼굴의 한 청년이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경상도 사투리 짙게 배어나오는 그의 언어는 정연하면서 매서웠다. 스물 세 살의 개띠 청년....
View Article1939.11.10 창씨개명과 이광수
산하의 오역 1939년 11월 10일 창씨개명과 이광수 몇 년 전 일본의 자민당 간부 아소 다로가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이 원해서 한 것”이라는 망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만주에 간 조선인들이 일본 여권을 내놓을 때 김씨니 이씨니 라고 표기된 경우 만주인들이 대번에 조선인임을 알아보므로 일본식 이름을 갖기를 원했고 이런 요청에 부응한 것이 1939년...
View Article2004.11.11 아홉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의 최후
2004년 11월 11일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진 사나이의 최후 2004년 11월 11일 프랑스의 어느 병원에서 한 남자가 죽었다. 죽은 곳은 분명했지만 그의 일생을 반추함에 있어 그가 출생한 곳에 대해서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들이 있었다. “그는 1929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다.”는 발표가 있자 프랑스에 주재하던 한 나라의 외교관이 격렬하게 들고 일어났다....
View Article1963.11.12 지리산 빨치산의 종말
산하의 오역 1963년 11월 12일 최후의 빨치산 소멸 전쟁이 끝난 뒤도 10년 뒤였다. 이승만이 하와이로 쫓겨가고 장면 정권이 들어섰다가 선글라스 낀 작달막한 장군이 나라를 틀어쥐었고 그가 군복을 벗고 선거를 치러 대통령이 된 뒤의 일이었다. 지리산 인근 마을에서 총성이 울렸고 한 명이 시체가 되어 널부러졌다. 다른 한 명은 살아남았지만 엉덩이에...
View Article1970.11.13 전태일 불꽃이 되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불꽃이 되다 오늘은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럴리도 없지만) 아마 산하의 오역을 앞으로 10년을 쓴다 해도, 11월 13일은 다른 일을 다룰 여유가 없을 것 같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은 법치국가의 수도 한복판에서 법을 지키라고 외치며 분신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원리로 삼는다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폐병으로...
View Article1982.11.14 김득구의 마지막 링
1982년 11월 14일 김득구의 마지막 링 1982년 11월 14일 낮 (미국 시간으로는 13일이지만) 각 가정의 안방의 TV는 하나의 타이틀매치 ‘위성중계’에 고정되고 있었다. 한국 권투는 이른바 틈새에 강했다. 즉 메인 체급, 페더급이니 밴텀이니 미들이니 보다는 ‘쥬니어’자가 붙은 체급에서 주로 챔피언을 배출했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주니어가 아닌...
View Article1907.11.15 홍장군의 봉기
산하의 오역1907.11.15 홍장군의 봉기 어렸을 적 교과서에서 '청산리 전투'를 배웠을 때의 일이다. 손주가 학교에서 배운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풀어놓는 것을 노래 듣듯 즐기시던 할머니께 '청산리 전투'와 김좌진 장군 이야기를 배웠다고 자랑하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말을 끊으셨다. "청산리는 홍 장군이야. 청산리 싸움은 홍 장군이 한 거라니깐두루."...
View Article1940.11.16 비인간의 성채 게토
산하의 오역 1940.11.16 비인간의 성채 게토 유태인들의 거주 구역을 일컫는 게토의 이름은 그 연원이 오래 되었다. 중세 때부터 유럽인들은 유태인들을 격리시켜 그곳을 벗어나지 않고 살게끔 강조했고 게토라는 단어 자체가 사용된 것은1516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다.... “유대인은 모두 게토에 있는 집단거주지에서 공동으로 살아야 한다. 문은 아침에...
View Article1986.11.17 "김일성이 죽었다"
1986년 11월 17일 "김일성이 죽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7시 30분 등교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나오던 내 발걸음은 얼어붙은 듯 멈췄다. 집 앞에 떨어져 있던 호외에 적힌 기사 때문이었다. 그 호외에는 주먹만한 글씨로 이렇게 휘갈겨져 있었다. "김일성 총 맞아 피살" 그때까지 김일성의 실제 모습을 신문에 싣는 것은 금기였다. 그날도...
View Article1905.11.18 을씨년의 기독교인
산하의 오역 1905년 11월 18일 을씨년의 기독교인 전덕기 ... 을씨년스럽다는 말의 어원이 '(을사늑약이 맺어진 해인) 을사년스럽다'라는 얘기는 꽤 많이 알려져 있다. 또 어떤 학설이 나와서 그 이전에도 쓰인 기록이 있다고 해서 뒤집을지는 몰라도, 1905년 11월 18일은 실로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생기기에 족할 만큼 섬뜩한 한기가 돌던...
View Article1863.11.19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인민의 정치
산하의 오역 1863년 11월 19일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인민의 정부1863년 5월 1일부터 사흘간 무려 17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전선을 달리하고 맞섰다. 회색 군복의 남군과 푸른 군복의 북군은 격렬하게 충돌하여 게티스버그 벌판을 시신의 산과 피의 바다로 바꾸어 놓았다. 양쪽의 사상자는 5만, 전사자는 1만을 헤아리는 격전이었다. 이...
View Article1897.11.20 독립문 앞의 이완용
산하의 오역1897년 11월 20일 독립문 앞의 이완용 독립문이 1897년 11월 20일 세워진다. 새 임금이 즉위하면 책봉 칙서를 가지고 오는 중국의 사신을 맞아들이던 영은문을 헐어버린 터에 독립문이 선 것이다, 프랑스의 개선문을 모방한 양식에다가 조선의 왕실을 상징하는 오얏꽃과 태극기를 새긴 ‘독립문’은 그로부터 지금까지의 이그러진 역사를 묵묵히...
View Article1972.11.21 원조 조폭 장군의 아들 김두한 떠나다
산하의 오역 1972년 11월 21일 원조 조폭 장군의 아들 떠나다. 얼마 전 임권택 감독이 배우 신현준을 두고 "<장군의 아들> 시절 하야시 역을 맡은 신현준이 일본어를 못해서 징징 울었다." 회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매서운 눈빛에 검은 하오리를 걸쳤던 그 양아치 두목이 '하야시' 신현준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신현준은 그렇게...
View Article1963.11.22 케네디의 마지막 날에
1963년 11월 22일 JFK의 마지막 날에 존 피츠제랄드 케네디. JFK의 운명은 1963년 11월 22일 끝을 맺는다. 달라스를 방문 중이던 케네디는 오스왈드의 총에 (또는 또 다른 암살자의 총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 암살을 둘러싼 온갖 미스테리와 음모론은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JFK"를 비롯하여 온갖 영화나 출판물들이 질릴 정도로...
View Article1977.11.23 필화 사건
산하의 오역1977년 11월 23일 <우상과 이성> 필화 사건 1977년 11월 23일 쌀쌀한 초겨울 아침 한 이발소 앞에 건장한 사내들이 진을 쳤다. 그들은 이발소 안을 흘낏흘낏 들여다보며 한 중년 신사의 이발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발이 끝나자마자 사내들은 중년 신사를 둘러쌌다.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사내들은 치안본부 대공분실...
View Article1997.11.24 어느 영부인의 일생
산하의 오역 1997년 11월 24일 어느 영부인의 일생 ... 웬만한 이들은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이름을 꿸 수 있다. 지금 대통령이 17대이긴 하지만 워낙 이승만과 박정희 둘이 몇 대씩 자리를 차고 앉았던만큼 실상 대한민국 대통령 수는 10명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아가서, 신문깨나 보고 낫살이나 먹은 사람들이라면 그 부인들의 존함까지도...
View Article1947.11.25 나는 자유로운 시민이다 - 헐리우드 텐
오역 1947년 11월 25일 "나는 자유로운 시민이다" 헐리우드 텐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신고하자" 7-80년대 삼천리 방방곡곡 어느 두메산골이나 깡깡어촌이나 덕지덕지 붙어 있었던 표어다. 그런데 이 가공할 신고 정신(?)은 전쟁을 치른 분단국가, 군부 독재의 히스테리가 가득하던 나라 고유의 특산물만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자유민주주의'...
View Article1977.11.26 4전 5기의 기적
산하의 오역 1977년 11월 26일 4전 5기의 신화 세상에는 믿기 힘든 일이 종종 벌어진다. 만화가인 내 친구가 들으면 화를 낼 얘기지만 미안함을 무릅쓰고 표현을 하자면 ‘만화 같은’ 일들이 눈 앞에서 버젓이 펼쳐지기도 하는 게 인생이다. 1977년 11월 26일 파나마에서 벌어진 일이 그랬다. 그곳에서는 WBA 주니어 페더급 타이틀 결정전이 열리고...
View Article1965.11.27 40년 절교의 시작
산하의 오역 1965년 11월 27일 40년 절교의 시작 ... 60년대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프로레슬링이었다. 지금은 한 물이 아니라 두 물 세 물이 간 이름이지만 6-70년대 프로레슬링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애들은 김일의 박치기를 보기 위해 TV 있는 집 아이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아양을 떨었고, 만화 가게에 “여건부 (이...
View Article1910.11.28 최초의 사진신부 최사라
산하의 오역1910년 11월 28일 최초의 사진 신부 최사라 안녕들 하시오. 나는 사라 최, 아니 최사라라고 합니다. 아마 많이들 낯설 거외다. 내 이름을 듣고 아 그 사람 하면서 무릎을 칠 사람은 천에 하나도 안될 테지요. 조금은 긴 설명이 필요합니다. 나는 남편을 사진으로 처음 만났소. 그때 남편은 태평양 건너 하와이에 있었고, 나는 망해버린 조선 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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