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10.6 백마고지 전투 시작
산하의 오역 1952년 10월 6일 백마고지 전투 개시 작년인가 89년 천안문 사태 때 발포 및 진압 명령을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아 명령 불복종 혐의로 체포됐던 한 장군이 다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천안문 앞 시위대를 그토록 잔인하게 짓밟을 정도였으면 어느 구석진 숲속에서 뒷머리에 총 맞고 묻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그는 멀쩡히 살아 있었고 자신의 행동을...
View Article1998년 10월 7일 어느 성적 소수자의 죽음
1998년 10월 7일 어느 성적 소수자의 죽음 나보다 일곱살 어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시골로 통할 와이오밍 태생이었지요. 하지만 부모님의 일이 좀 국제적이었던지 유럽 물도 먹었고 그 어떤 외화도 더빙된 것 아니면 상종을 않는 미국인답잖게 외국어에도 능통한 청년이었지요. 고향의 대학교에 간 뒤엔 학생회 일도 열심으로 했고 와이오밍 환경 위원회...
View Article1929년 10월 8일 경평전의 시작
산하의 오역 1929년 10월 8일 경평전의 시작 근대화에서 일본에 뒤처지고 끝내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조선인들에게는 한 가지 활로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으로 하는 스포츠에서는 일본을 꺾을 수 있다는 희망이자 즐거움이었다. '자전거왕' 엄복동은 그 대표적인 예였다. 자전거 배달꾼이던 그가 트랙에서 날렵한 몸놀림으로 페달을 밟으며 그 엉덩이를...
View Article1964.10.9 아바이 잘 가오
산하의 오역 1964년 10월 9일 아바이 잘 가오 60년대를 대표하는 추억의 아나운서가 둘 있다고들 한다. 하나가 가수 손지창과 임재범의 아버지인 임택근씨고, 또 하나가 이광재 아나운서라는 분이다. 특히 이분은 스포츠 중계에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 분인데 라디오 중계를 들으면서 이분의 멘트를 듣다보면 숨 막혀서 죽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런 식이었다고...
View Article1928.10.10 조명하 순국
산하의 오역 1928년 10월 10일 조명하 의사의 죽음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간단하지만 간단하지만은 않은 역사적 상식에 대한 질문들이 있다. 이를테면 “왜 누구는 의사(義士)고 왜 누구는 열사(烈士)냐?” 같은 것이다. 사실 의사가 무엇이고 열사는 또 누구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국가보훈처에서도 그를 따로 분류하지 않으며 쓰는 사람에 따라, 또...
View Article1926.10.1 나운규의 아리랑 개봉
산하의 오역 1926년 10월 1일 영화 아리랑 개봉 1926년 10월 1일 일제에 의해 헐리울대로 헐리우고 좁아질 대로 좁아지고 망가질대로 망가진 궁궐 앞을 거대한 건축물이 섰고 그 낙성식이 거행된다. “동양 최대의 석조건물”이라는 조선 총독부였다. 건물 안쪽에 뜰을 배치한 ‘日’자형 평면에 지상 4층, 총건평 9,600여 평, 르네상스 양식에 바로크...
View Article1968.10.12 t최악의 올림픽 최고의 올림픽
산하의 오역 1968년 10월 12일 인류 최악 그러나 최고의 올림픽 개막 인류 최악의 올림픽이라면 대개 베를린 올림픽을 떠올리는 수가 많지요. 일단 히틀러가 등장했던 올림픽이고 그 3제국의 영광을 드높이는 한 방편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대회 그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히틀러가 인종차별주의적 모습을 보여 미국의 제시 오웬스같은 흑인들을...
View Article2003.10.14 신당동의 기적
산하의 오역2003년 10월 14일 신당역의 기적 누구에게나 좋은 기억은 있다. 힘겹거나 슬플 때 문득 눈을 감으면 홀연히 되살아나 어깨를 두드리고, 모니터 어딘가에 깊숙이 숨겨 놨다가 들춰 보며 혼자 웃다가 울다가 하며 지친 일상을 잊을 수 있는 기억, 아무리 부대끼고 속시끄러워도 그곳 생각에 이르면 그냥 키득거려지고 다물린 입이 벌어지는 그런 기억들,...
View Article1944.10.15 사막의 여우의 죽음
산하의 오역 1944년 10월 15일 사막의 여우의 죽음 언젠가 개봉됐던 영화 <발퀴레>는 히틀러의 광기로부터 독일을 구하기 위해 히틀러 암살 및 나찌 정권 전복 쿠데타를 시도했던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였다. 이 영화 말미에 슈타우펜베르크 등은 총살당하는데 다른 주동자들은 정육점 갈고리에 건 피아노줄로 목을 졸랐고 히틀러는...
View Article1859.10.16 존 브라운의 봉기
산하의 오역 1859년 10월 16일 문제적 인물 존 브라운 80년대 대학가 술자리에서 깔깔대며 부른 노래가 있다. “관악산에 자리잡은 서울대학은 총장이 어용이라 교수도 어용.”....으로 시작하는 노래. 연세대는 ‘제비’였고 고려대는 ‘술꾼’이었고 공부 열심히 하는 서강대는 ‘고삐리’ 데모할 때 과격하기로 유명했던 성균관대는 ‘깡패’ 등등으로 그 특질들을...
View Article2003.10.17 슬픈 김주익
산하의 오역 2003년 10월 17일 슬픈 김주익 2003년에 찾아왔던 태풍 매미 기억하십니까. 부산을 위시한 남해안 일대를 휩쓴 이 태풍의 위력은 태풍의 전설로 남아 있는 59년의 사라호 태풍을 능가한다는 평이었습니다. 가로수가 뽑히고 택시가 쓸려가고 하는 정도는 이야깃거리도 못되었고 수천 톤 규모의 선상 호텔이 나자빠질 정도의 초대형 태풍이었지요. 그...
View Article1917.11.2 밸푸어 선언
산하의 오역1917년 11월 2일 밸푸어 선언 언젠가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몇 장의 종이가 88만 달러에 팔린 적이 있다. 대문호의 자필 서신이나 습작이나 대화가의 연필 스케치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영국 외무 장관이 끄적인 서한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서한은 휘갈긴 글자 알파벳 한 장 한 장에 후대의 수십 년 동안 흘릴 피비린내와 배신의 역겨움이 서려...
View Article1979.11.3 국장의 날
산하의 오역1979년 11월 3일 국장의 날 1979년 11월 3일은 일요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날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국장일이었다. 일주일 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죽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식적인 장례일이었고 이날 초중고 전 학교는 휴교했다. 초등학교 4학년의 눈으로 그날을 돌이켜 본다. ...국장이 있기...
View Article1915.11.4 마지막 의병장
산하의 오역 1915년 11월 4일 마지막 의병장 오늘은 독립기념관에 갔다 왔다. 특별히 가려고 해서 간 건 아니고 나들이갈 곳도 마땅치 않은 차에 딸아이가 요즘 학교에서 독립운동 단원을 배우고 있다 하는 소리에 겸사겸사 천안행으로 길을 잡았다. 오랜만에 온 기념관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다, 내가 언제 여길 와 봤더라 기억을 더듬는 사이에 커다란 글자들이...
View Article1994.11.5 포먼 챔피언 어게인
산하의 오역 1994년 11월 5일 조지 포먼 챔피언 어게인 ...점잖고 순진한 산하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으나 일종의 EDPS성 퀴즈부터 얘기를 시작해 보자. 세계에서 가장 정력이 센 사나이는? 답은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조지 포먼이다. '조지' 네 개씩이나 있는 사나이 (Four Man)이니 그 절륜함을 가히 누가 당하랴. 키득거리고 말 농담이긴...
View Article1959.11.6 청량리 역사 재건
산하의 오역 1959년 11월 6일 청량리 역 이야기 효율적인 침탈과 중국 침략을 용도로 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일본인들은 조선의 끝과 끝을 철도로 거미줄처럼 이어 놓았다. 우리가 아는 철도 이름 거개가 일제 시대 놓여진 것이고 그 철도를 타고 무수한 쌀과 자원이 일본으로 갔고 수없는 이들이 보따리 짊어지고 압록강 넘어 만주로 갔다. 서울에서 동쪽으로...
View Article1980.11.7 나의 빠삐용 가다
산하의 오역 1980년 11월 7일 나의 빠삐용, 스티브 매퀸 가다 술자리가 있었는데 문득 그런 질문이 나왔다. “네 인생의 영화를 딱 하나 고르라면 뭐겠냐?” 급작스런 질문에 한참 더듬거리다가 끄집어낸 이름이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였다. 초반은 좀 지루해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사람의 시선과 감정의 끈을 놓아주지 않았던...
View Article1983.11.8. 황정하 추락
산하의 오역 1983년 11월 8일 황정하의 추락 대개 무용담은 화려하지만 지루하다. 무용담(武勇談)이란 대개 더 이상 무용(武勇)이 필요 없는 시기에 토로되기 때문이고, 따라서 별 효용 가치가 없는 무용담(無用談)이 되기 쉬운 탓이다. 또 월남전 스키부대나 충청북도 해군 용사 같은 사기성 짙은 무용담이 판을 치기에 그 신뢰도 또한 떨어지게 마련이다....
View Article1980.11.9 전국 노래 자랑 시작
산하의 오역 1980년 11월 9일 전국 노래 자랑 시작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라면 단연 <전국 노래 자랑>입니다. 1980년 11월 9일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서른 두 돌을 맞네요. '딩동댕동'과 '땡~~'을 합격과 불합격을 가리키는 일종의 국민적 의성어로 만들다시피 한 이 프로그램은 그 동안 전국을 몇 바퀴 돈 것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
View Article1964.11.10 황용주 필화 사건과 매카시즘
산하의 오역 1964년 11월 10일 황용주 필화와 매카시즘 군정에서 민정으로 바뀐 지 몇 해 안되던 그 심란한 세월의 어느 날, 야당의 김준연 의원이 준열한 어조로 누군가의 글을 두고 '용공'(容共)이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글을 쓴 이는 황용주 부산 MBC 사장. 그는 월갑 잡지 '세대'에 자신의 통일론을 설파하는 글을 썼는데 당시로서는 꽤 진보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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