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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산하의 썸데이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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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10.12 t최악의 올림픽 최고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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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의 오역 

1968년 10월 12일 인류 최악 그러나 최고의 올림픽 개막 

인류 최악의 올림픽이라면 대개 베를린 올림픽을 떠올리는 수가 많지요. 일단 히틀러가 등장했던 올림픽이고 그 3제국의 영광을 드높이는 한 방편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대회 그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어요. 히틀러가 인종차별주의적 모습을 보여 미국의 제시 오웬스같은 흑인들을 거들떠보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건 제시 오웬스 자
신이 부인한 얘깁니다. 오히려 그는 미국에 돌아와서 더한 차별을 받았다고 하죠. 또 독일에서 열린 뮌헨 올림픽에서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삼았던 그 슬픈 사연을 들어 그를 최악의 올림픽으로 들기도 하고, 실제로 올림픽기가 조기로 게양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요. 하지만 올림픽 때문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진짜 최악의 올림픽은 따로 있어요. 바로 1968년 10월 12일 개막된 멕시코시티 올림픽이었죠. 

개막 열흘 전 멕시코 정부는 틀라텔로코 광장이라는 곳에서 올림픽 반대와 양심수 석방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싹쓸이'합니다. 광주항쟁의 공식 사망자보다 더 많은 수의 학생과 시위대가 군경에 의해 도살됐고 왜 쏘았지 왜 찔렀지 물음에 답변도없이 그 시신들을 차로 실어가 버렸습니다. 그 학살의 광장에서 오륜기가 나부끼게 되지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의 비둘기는 하늘을 덮고 세계 평화를 향한 올림픽 선언은 학살자를 통해 울려퍼지게 됩니다. 이만하면 최악이라고 할만하지요. 

거기다가 이 올림픽에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장면 하나가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블랙 파워 시위였죠. 200미터에서 기존의 세계 신기록 20초 3을 무려 0.5초나 단축한 19초 8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금메달리스트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리스트 존 카를로스는 시상대에서 뜻밖의 행동으로 세계를 경악시킵니다.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미국의 국가가 울려퍼지고 국기가 게양되는 순간 스미스는 고개를 숙이면서 오른손을 치켜듭니다. 주먹쥔 그 손은 검은 장갑이 뒤덮고있었죠. 카를로스 역시 똑같이 행동하며 왼손을 쳐듭니다. 역시 검은 장갑, 그리고 둘 다 신발을 벗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가슴에는 OPHR 이라는 약자가 새겨진 배지가 달려 있었지요. 그건 인권을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 (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의 약자였지요. 금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는 부르쥔 손으로 미국내 흑인의 힘과 단결을, 그리고 배지를 통해서는 인종차별주의자에 가까왔던 IOC 위원장에 대한 항의와 부당하게 정치적 탄압을 받던 전 금메달리스트 무하마드 알리 등에 대한 구원을 호소했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인간적' 항의에 가까왔으며 보편적 인류애를 숭상하는 올림픽 정신에 걸맞는 것이었지만 (이에 비해 솔직히 "독도는 우리땅" 세레모니는 매우 정치적이며, 징계받는 게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선처를 바랄 뿐이지) 그들은 그야말로 외계인 취급을 받습니다. 미국팀에서는 그를 내쳤고 IOC에서는 그들의 메달까지도 회수했습니다. 그들은 미국에 돌아가서도 심한 냉대와 사시미칼같은 눈초리들 속에서 평생 마음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멕시코올림픽이 인종차별국이었던 남아공의 출전 문제를 두고 수십 개국이 보이콧 위협을 한 끝에 겨우 성사된 대회라고 할 때, 이 흑인들이 당했던 일에 각국 선수단이 떨쳐일어났음직도 한데 초강대국 미국의 눈치를 본 탓인지 그 둘을 구원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연꽃은 더러운 못에서 피어나는 법. 우리는 그 최악의 올림픽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의 아름다운 면모를 봅니다. 두 흑인 메달리스트가 속절없이 쫓겨날 때 미국 선수단 지도부는 전혀 인정머리를 발휘하지 않았지만 일부는 그에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명문 하버드 대학 출신의 백인 선수단들이 발표한 성명을 볼까요. “자연인으로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의 지위와 평등한 권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 올림픽 단원의 일원으로 우리의 팀메이트가 불공정과 불평등을 알리기 위해 한 행동에 지지를 표시한다” (2007/5/16 조이뉴스, 김도균) 물론 그들 중 어떤 이들은 딸이 흑인을 데리고 오면 기겁을 할 위선자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지언정 그 상황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고 옳은 일에 연대할 수 있는 용기와 자세...... 저는 그게 인간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블랙 파워의 그 충격적인 시위 한켠에 숨어 있었습니다. 

은메달을 딴 한 백인. 피터 노먼의 가슴에도 흑인들과 같은 배지가 달려 있습니다. OPHR.... 이 오스트레일리아 청년은 시상식 직전 금과 동메달을 딴 흑인들이 하려는 행동을 알았고 그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흑인 둘에게 한 짝밖에 없는 장갑을 나눠 끼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도 그였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몫인 배지가 없는 것을 깨닫고는 관중석으로 달려갑니다. 그 순간을 생각해 봅니다. 아직 격렬한 경주의 땀이 식지 않은 몸으로 관중석 앞을 달리면서 "누구 배지없어요? OPHR 배지! 누구 없어요? OPHR!"을 부르짖는 한 백인 청년의 모습, 그리고 배지를 누군가에게 건네받아 자신의 가슴에 달고는 신나서 시상대로 달려가는 한 인류의 달음박질을. 

그는 메달을 박탈당하지는 않았지만 백호주의가 판을 치던 그의 나라에서 준 역젹 취급을 받습니다. 즉 반란분자의 연설에 감동해 버린 철없는 아군이었던 거지요. 그는 다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기량을 가졌지만 그 기회를 빼앗기고 맙니다. 온갖 비난과 지청구 속에 이곳 저곳을 전전하고 살던 그는 우울증에 시달리던 끝에 세상을 떠납니다. 그때 그의 관을 든 사람들 가운데에는 미국에서 날아온 늙어버린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함께 했던 흑과 백의 인류는 그렇게 슬픈 이별을 했고 노먼이 죽은 6년 후 호주 의회는 의회 차원에서 그가 겪어야 했던 부당한 처우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그의 인류애적 행동에 대해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는 인종차별은 고사하고 어떤 인종이나 나라에 대해 다소 모욕적인 언사를 구사한 이들에게도 가차없는 처벌이 주어졌습니다. 한국팀에게 불만을 터뜨린 스위스 축구 선수도 싹싹 빌었지만 처벌을 받아야 했지요. 어떠한 인종차별도 있을 수 없고, 그와 비슷한 시도조차 처벌된다는 이 엄격하고도 당연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로 했습니다. 그를 그럴 수 없이 보여 준 올림픽이 인류 최악의 올림픽 멕시코시티 올림픽이었습니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희망의 불꽃이발견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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