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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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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양이 덜 된 보통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두들겨 패 죽이고 싶었던 사람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마는 그 중의 한 사람은 교사였다. 교실에서 떠들었다는 이유로 친구 둘을 불러 세워 넣고 서로 뺨을 때리게 했던. 아이들이 툭툭 뺨을 건드리는 척하자 여지없이 튀어나와서 이 새끼들아 이렇게 때리라고! 하며 뺨을 후려 갈기고 아이들의 서로 뺨때리기가 점점 강도가 더해지는 것을 엄숙하게 지켜보던. 그리고는 “정신 좀 차려라 이것들아.”라고 뇌까리던. 4학년 때인가 5학년 때인가 하여간 어린 마음이었지만 공포보다는 증오가 머리를 채웠던 기억이 난다. "씨바 저기 선생이가.” (슬프게도 우리는 이 말을 입버릇처럼 썼다.)

 

그 교사의 머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는 일벌백계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공동책임(?)을 가르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자율적 처벌’의 한 형태로 그 기막힌 볼거리를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서로 때리고 맞는 매로 그 어린 뺨들이 발개지고, 매 맞는 고통과 치밀어 오르는 부아로 이마까지 시뻘개지고 나중에는 서로에 대한 엉뚱한 오기까지 발휘하여 서로를 때리기까지 그 선생이라는 직함의 호로자식은 마치 정의를 집행하는 판관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아마 그 선생도 아이들이 느껴야 했을 고통과 상처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역시 소싯적에 그런 일을 당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순간 그는 그 고통에 둔감했고 처벌과 징계를 내리는 절대권자로서 아이들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어린 마음에서건 지금의 중년의 마음으로서건 그 교사는 용서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존엄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실격이었고 좁혀서 한 어른으로 보아도 함량 미달의 인간이었다.

 

서초구청에서 주차 관리 일을 보던 청원경찰 한 분이 별안간 돌아갔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심장마비일 수도 있고 팔자가 그게 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사의 판단보다도 역학적인 결론보다도 나는 그가 죽음을 맞지 전 치러야 했던 횡액에 대해 몸서리치는 분노를 퍼붓게 된다.

 

그는 근무 중 지고하신 서초구청장님께서 탑승하신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 안내를 소홀히 한 실수를 저질렀다. 원래 이런 일은 구청장님보다는 그 아래 사람들이 더 열을 내게 마련이다. 사장님을 보고도 딴짓하느라 인사를 안 하는 후배에게 “임마 눈 똑바로 보고 다녀.”라고 힐난을 했듯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정도의 호통은 당연한 것이고 “이러려면 때려 치워!”까지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조직의 수장이고, 그 조직에서 가장 존중받아야 할 위인의 행차가 담당 직원의 착오로 지연되거나 방해받았다면.

 

그런데 서초구청에서 이 불운한 주차 관리 청원 경찰들에게 내린 징계는 너무나도 비인간적이었다. “삶의 질 세계 1등 도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서초구의 고위 공무원은 청원경찰들이 혹한 속에서 언 손을 비비고 딱딱해진 발을 녹일 수 있는 초소의 문을 걸어 잠그라고 명령했다. 물론 “정신 차려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 흐트러진 ‘책임감’을 다잡으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내 이런 추위가 없었다는 1월 초의 청룡언월도 같은 겨울 바람 속에 사람을 내동댕이친 것은 훈계가 아니라 고문이었고 편달이 아니라 폭행이었다.

 

나이 마흔 여덟의 중년이 그 칼바람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못해 껑충껑충 뛰면서 이빨을 딱딱 부딪치면서 황량한 주차장을 배회하고 있었을 풍경을 상상해 보라. 히터로 데워진 차에서 내려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청사로 종종걸음치는 가운데 “허허 겨울은 추워야지”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들을 안내하면서, ‘차라리 무슨 차든 들어와라. 그냥 서 있기는 힘들다.’ 손을 사타구니에 넣고 이를 악물면서, 개도 개집이 있는데 사람이 들어갈 초소에 굳건히 채워진 자물쇠를 보면서 그들은 대체 무슨 심경이었을까. 나 같으면 심장마비로 죽는 게 아니라 속이 터져서 죽었을 것 같다. 속이 타서 화상으로 죽었을 것 같다. 속이 뒤집혀 내장파열로 죽었을 것 같다.

 

청원경찰의 죽음이 그 얼차려 같은 근무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그 인간 이하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기껏 한다는 말이 “15만원 상당의 오리털 파카와 스키 장갑과 장화”를 사 주는 등 ‘최선’을 다해 왔다는 변명이라면 내 30만원짜리 오리털 파카 하나 사 줄 테니 초소 폐쇄령을 내린 행정지원국장에게 입혀 하루 동안만 옥외근무 시키기 바란다. 그것도 모자라 “원래 주차장 근무는 옥외 근무가 기본이다.”라니. ‘눈, 비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초소에서 근무하는 것’이라니. 나는 또 한 번 터져나는 분통으로 이를 갈며 물을 수 밖에 없다.

 

“너희들이 사람이냐.”

 

좋지 않은 기상에 눈과 비는 포함되는데 영하 16도의 추위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냐? 그 추위에 초소에서 몸 좀 녹이고 있었다고 해서 초소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는 일이 광명천지 대한민국에서 허용되는 일이냐. 너희 서초구청장의 몇 분간의 지체가 몇 사람을 하루 종일 그 추위에 개 떨듯 떨게 만드는 것이 사람의 할 짓이냐. “1시간 근무 후 2시간 휴식”했으니 밖에서 일한 건 얼마 안된다는 게 너희들의 변명이라면 대답하라. 초소가 잠긴 마당에 어디에서 휴식했는가. 민원실에라도 들어와 있었던가? 동네 다방에 가 있었던 것인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이에게, 그 고통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자신의 권력의 소재로 삼는 이에게 우리는 욕설을 퍼붓는다. 어릴적 나의 담임 교사는 그래서 욕을 먹었고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는 그에게 나는 여전히 증오를 품고 있다. 이제 그 짓을 자행해 놓고도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이들을 고발하겠노라 으름장을 놓는 철면피 앞에서 웃통을 벗겠다. 고발해 봐라. 이 글에서 사실이 아닌 것이 있다면 그 고발 기꺼이 감당할 것이다. 역으로 나는 당신들을 고발한다. 구청장님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를 인간 이하의 형벌을 통해 모욕 주고 고통을 주며, 그 굴욕을 감당하게 만든 파렴치한으로. “오리털 파카 15만원씩이나 주고 사 줬는데.....”라며 그 파렴치의 치부를 알랑한 천조각으로 감추는 비루한으로, 그러고도 늬우침이 없이 “주차장 근무는 옥외근무가 기본”이라는 그 무지막지하게 뚫린 입을 가진 악덕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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