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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산하의 썸데이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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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1.16 미국 금주법 전국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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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의 오역 

1920년 1월 16일 미국 금주령 전국 발효 

요즘 내 코가 완전히 루돌프가 돼서 “코 왜 그러냐?”는 인사를 매양 받습니다. 바이러스성 피부병이라는데 좀체 낫지 않을 거랍니다. 의사 왈 “술 때문에 생긴 병은 분명히 아니지만 많이들 오해를 받지요. 그런데 술 마셔서 좋아지는 병은 없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죠. 술 끊으시면 좋습니다.”라고 하는데 그 말 들은 순간 떠오른 생각은 루돌프 사슴으로 살아가야겠다는 거였습니다. 안개 낀 성탄절날 스타를 꿈꾸면서 말이죠. 술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포기하기는 싫거든요. 하물며 갑자기 정부가 술을 마시면 처벌한다고 나오면 행복추구권 침해로 헌법 재판소에 달려감은 물론 안해 본 1인 시위도 불사할 것같습니다. 

기실 하지 말라고 하는 딱 한 가지를 기어이 범하고야 말았던 아담과 이브의 유전자는 제게도 유구한 탓에 금주령이 내린다면 오히려 술에 더 집착하고 공연히 맛도 없는 술 한 잔에 온갖 호들갑을 떨며 크아아 죽인다 군침을 겔겔 흘릴 것 같습니다. 공연히 웃돈 주고 맥주 한 병 숨길 거 같고, 담을 넘어서라도 술을 ‘추진’해 와서 ‘짱박아’ 두고서 홀짝 홀짝 마시면서 말이지요. 1920년 1월 16일 미국 49개 주 1억 국민, 그 가운데 술 마실 줄 알았던 수천만명의 남자들이 비슷한 심경이었을 겁니다. 

‘엄격한 위선자들’로 표현할 수 있는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에서 금주 운동의 역사는 뿌리 깊습니다. 메이플라워 타고 온 청교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벤자민 프랭클린도 그가 설파한 13 덕목 중 “취하도록 마시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땅은 청교도만 살기엔 너무 넓었죠. 세계 각국의 이민들이 미국 땅에 쇄도하면서 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은 느슨할 대로 느슨해집니다. 하지만 지금껏 대통령이 성경에 손 얹고 선서하는 기이한 나라에서 술에 대한 곱잖은 시선은 계속 유지되어 왔죠. 그러던 중 뜻밖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제 1차 세계대전. 미국의 적이 된 독일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독일 하면 떠오르는 맥주가 애꿎은 배척의 대상이 됐던 거죠. 미국의 맥주업계는 당연히 독일인들이 장악하고 있었거든요. 

어쨌든 미국 하원은 1917년 1월 금주법안을 제출합니다. 이 금주법은 12월 상원까지 통과하여 이는 “헌법 수정안 제 18조”로 불리우게 되지요. 윌슨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만 의회는 ‘재결의’를 하는 강수를 두고 결국 1920년 1월 16일 헌법 수정안 제 18조는 시퍼런 빛을 발하며 발효되고 맙니다. 인간의 욕망을 법으로 규제해 보자는, 역사 이래 여러 차례 여러 나라에서 누차에 걸쳐 시행되었던 금주령이 20세기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 사회를 덮친 겁니다. 기실 이미 많은 가장들이 자기 집에 웬만큼의 알콜을 빼돌려 보관하고 있었다지만 공식적으로 술 사라진 사회는 오히려 술로 인해 일어난 사고의 상처 이상으로 미국 사회를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금지된 술을 찾는 사람들에게 술을 쥐어 준 사람들은 당연히 범법자들이었고, 범법자들은 그 거래를 통해 커다란 부를 쌓아 올립니다. 사실 미국의 유력한 정치 가문 케네디 가문도 이때 기민하 술을 사고 팔며 재산을 일군 사람이며, 우리가 익히 아는 알 카포네도 이 시기에 활동합니다. 그들은 술 제조와 판매의 나와바리를 두고 피튀기는 세력 전쟁을 벌였고 이 와중에 일반 대중들은 오히려 금주령 시대 전보다 더 많은 술을 해치웠습니다. 공업용 알콜을 장만해 들이키다가 저승으로 가야했던 이들은 그 가련한 예일 뿐이죠. 약 1500 명 정도 됐다는 감시원으로 49개 주, 오대호부터 시애틀까지, 플로리다에서 나이아가라까지의 미국 땅에서 술을 사라지게 한다는 야심은 실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고 사회는 점차 더 병들어 갑니다. 

범죄율이 24% 증가하였으며, 살인이 12.7%, 날치기 총기난사 등이 13% 늘었고, 마약중독자 증가율이 44.6%에 달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갱 영화의 대부분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 가운데 <언터처블>은 참 재미있는 영화였죠. 정력적인 술 감시원으로 술 밀제조 및 판매 단속 요원이었던 케빈 코스트너와 알 카포네의 포스를 무섭게 드러냈던 로버트 드 니로의 대결이 흥미진진했구요. 하지만 그렇게 술 파는 자들을 웬수처럼 쫓던 케빈 코스트너는 자신의 일이 “현재 술이 불법이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 금주법이 폐지된다면 “그때는 한 잔 해야지.”라고 웃지요. 하지만 대개 세상에는 케빈 코스트너같은 이보다는 얼치기 알 카포네가 많은 법이죠. 

매우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견지에서 싹텄고 그로 인한 폐해를 없애 보겠다는 뜻에서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거부해 가며 미국 의회가 발효시킨 금주법은 오히려 미국 사회의 상처를 깊게 했고 엉뚱한 이들의 주머니를 채웠으며 보통 사람들의 소외감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연방법 수호를 T고위해 뛰어다닐 동안 대통령 하딩 부부는 “그놈의 헌법 때문에 술도 못마시겠다.”고 뇌까리리면서 친근한 인사들과 함께 백악관에서 칵테일 파티를 열고 있었거든요. 서민들의 일탈을 법으로 규제하고 규제 때문에 생긴 이익을 범죄 집단이 챙기고 힘있는 사람들은 다시 범죄집단으로부터 이익을 배분받고, 자신들은 그 법으로부터 자유를 만끽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미국의 1920년대를 관통했던 겁니다.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주제이고 쉽게 대비시킬 수도 없는 문제임을 인정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 보자면, 현재 우리가 시행 중인 성매매 금지법에 그 발끝이 미칩니다. 어차피 성매매가 합법이었던 적도 없는 나라이지만 이 성매매 불법화는 많은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가 과연 긍정적으로만 작용하고 있느냐를 생각하면 거기에선 좀 아리송해집니다. 미국에서 술 소비량이 줄지 않았듯 성매매의 빈도나 규모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점차 지하로 스며든 성매매는 더욱 음성화됐고 기관총과 권총만 없다 뿐이지 생선회칼에 야구방망이 든 양아치들의 준동 또한 크게 다를 것이 없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루스벨트가 술 금지령을 해제하듯 성매매 금지법도 폐지하는 것이 옳으냐고 누가 따진다면 그건 또 아니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건 케빈 코스트너가 금주법이 폐지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땐 한 잔 해야지!” 대답하듯이 성매매 법이 폐지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고 “그땐 한 번 하러 가야지.”라고 절대로 대답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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