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의 오역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 반포
식민지 시대를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 대통령만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그는 일종의 일본 매니아였다. 술 취하면 일본 군가를 부르고 “배꼽 아래에는 인격이 없다.”는 일본의 양아치스러운 격언을 주워섬겼다는 그는 조금 집요하게 보일 정도로 일본의 역사를 모방하려 들었다. 쿠데타를 꿈꾸는 내내 그의 머리에 들어 있었던 것은 “부패한 재벌과 군 상층부를 벌하겠다.”고 쿠데타를 일으켰던 일본군 장교들이었으며 (2.26 사건) 자신의 독재 정권의 수립에는 하필이면 ‘유신’(維新)이라는 칭호를 붙여야 했다. 1968년 12월 5일의 ‘국민교육헌장’도 사실 일본 메이지 천황이 발표했던 ‘교육 칙어’의 판박이였다.
나는 그런 횡액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내 또래의 친구들은 이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워 쓰는 숙제를 이행한 이들이 많았다. 아마 나보다 연배가 더 올라갔으면 그 비율 또한 더 올라갔으리라. 그리 긴 문장은 아니었지만 말 자체가 딱딱하고 좋은 단어는 다 갖다 붙인 듯 오만한 문장이라 사실 외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헛갈리는 아이들 머리통 갈기며 “이 돌대가리!”라고 퍼붓기에는 안성맞춤인 글이었다.
1968년 12월 5일은 이 국민교육헌장이 발표된 날이었다. 당시 대통령으로서 이를 공포하신 분의 따님이 아버지의 직위를 차고 앉기 7부 능선에 도사리고 계신 2012년 12월 5일 , 나는 다음과 같은 시민 선거 헌장을 반포하는 바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회복의 역사적 과제를 안고 이 땅에 살고 있다. 불의에 항거하고 압제에 일어났던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인간 존엄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선거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판단과 튼튼한 의지로 흑색선전과 금전공세를 물리치는 법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꼴통근성을 개발새발 늘어놓는 조중동의 광분을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역사 창조의 힘과 민주주의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보다 많은 사람의 이익과 정의를 위한 질서를 앞세우며 행복을 위한 노동과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법을 지키라 외치며 저 높은 곳에 오른 이들을 기억하고, 고통 속에 목숨 끊어간 이들을 잊지 않는, 뜨거운 연대와 협동 정신을 힘차게 북돋운다.
우리의 관심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의 참여가 나라의 융성과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인간의 최소한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민주주의 건설에 참여하고 향유하는 봉사하는 공화국의 정신을 드높인다.
어떠한 독재와 독점에도 반대하는 민주 정신에 투철한 형제애 자매애가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로운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자유롭고 평화로우며보다 많은 이가 행복하고 만족하는 복지 사회의 앞날을 내다보며, 이승만을 물리치고 박정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냈던 신념과 긍지를 지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모두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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