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의 오역
1988년 8월 4일 내 귀에 도청장치
방송이 전파를 타는 한 방송 사고도 따라서 존재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방송 사고를 방지하려 애써도 방송 사고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왜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소소한 자막 오기나 드라마상의 옥의 티부터 어떻게 이런 실수가 일어날 수 있나 마가 끼었나보다 하늘을 보고 탄식하게 만드는 대형 참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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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8월 4일 내 귀에 도청장치
방송이 전파를 타는 한 방송 사고도 따라서 존재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방송 사고를 방지하려 애써도 방송 사고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왜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소소한 자막 오기나 드라마상의 옥의 티부터 어떻게 이런 실수가 일어날 수 있나 마가 끼었나보다 하늘을 보고 탄식하게 만드는 대형 참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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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 후배 한 명은 후CM을 통째로 날려먹었다. CM 붙이는 현장에는 기술감독 이하 오디오감독, 비디오감독, 자막 요원 등 대여섯 명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죄다 주식 현황 들여다보고 있었고 그 와중에 수백만원어치의 CM이 증발한 채 방송을 탄 것이다. 난리도 태산이 무너지는 난리가 났고 여러 사람이 시말서를 썼다. 지금은 정치인으로 입문한지 오래 됐지만 한때 구수한 입담으로 유명했던 이계진 아나운서의 책을 보면 어느 아나운서가 “용솟음치고 있다”를 “용두질치고 있다.”로 읽어 경을 친 에피소드가 나온다. ‘용두질친다’ 를 모르는 분들은 사전 검색해 보시라.
특히 사고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역시 생방송을 할 때다. 타임 체크 하나 잘못하면 방송 전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고, 생방으로 진행 중인 촬영 현장에 누가 뛰어들지도 모른다. 또 한국의 아무개 선수!를 부르짖는데 중국 오성홍기가 떡 하니 박히는 어처구니 실종 신고를 내기도 쉽다. 뉴스를 포함하여 대한민국 생방송 사상 최악의 하나로 꼽히는 방송 사고가 1988년 8월 4일 9시 20분쯤 일어났다.
항공모함 니미츠가 초자연적인 폭풍에 휘말려 갑자기 태평양전쟁 전날의 태평양으로 가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 <파이널 카운트다운>의 음악을 시그널로 쓰던 MBC 뉴스데스크는 매우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강성구 앵커는 서울시 지하철 증설과 요금 인상 관련 뉴스를 침착하게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앵커 옆으로 웬 사복의 남자가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강성구 앵커도 그를 의식한 눈치를 보였지만 일단 계속 뉴스를 진행했는데 갑자기 이 남자 강성구 앵커를 밀치고 마이크에 입을 대고 외쳤다. “내 귀에 도청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함께 뉴스를 진행하던 백지연 앵커에 따르면 너무도 태연히 스튜디오에 들어왔기에 속보를 전달하러 온 것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별안간 자신의 마이크를 빼앗아 버린 청년의 등장에 정신이 반쯤은 나가 버린 강성구 앵커였지만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기를 썼고 이내 달려온 스탭들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다는 이 불청객을 몰아냈다. 그는 끌려가면서 자신의 주소와 이름을 외쳤다. 성은 소씨 주소는 가리봉동.
경찰에 따르면 그는 1년 전 축구를 하다가 공에 얼굴을 맞은 뒤 귀에 이상이 생겼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계속 고통과 환청에 시달리다가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그는 이 사건 이외에도 마치 작년에 왔다가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처럼 뉴스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MBC에 무슨 원한이 있었는지 유독 MBC 프로그램만 골라서 방해를 했고, 연세대학교에서는 스트리킹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1989년 9월 26일 한창 투석전이 전개되던 서울대 앞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중간에 뛰어들어 양말과 구두만 신은 채 모든 옷을 벗어던지고 “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는데 경찰이 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부르짖으며 전경과 학생들 모두를 뜨아하게 만들어버린 사건은 그 중 백미다. (이상 위키디피아 자료)
한국 방송 사상 기록에 남을 방송 사고를 일으켰던 소씨 청년의 그 이상의 뒷 이야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자기 귀에 심어져 있다고 믿는 도청장치 잘 제거하고 이쁜 처자 만나 정상적으로 살아갔기를 바랄 뿐이다. 직업 관계로 피해망상이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만날 기회가 참 많았었는데 희한하게도 그들은 자신의 귀나 몸 안에 도청 장치 내지는 자신을 감시하는 이들이 심은 칩이 들어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렇게 비슷하게 ‘미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논리 구도나 피해(?) 호소의 내용은 놀라울만큼 비슷했다.
소씨 청년이 일으킨 방송 사고는 그야말로 해프닝으로 끝났다. 뉴스를 진행하던 사람이나 보던 사람이나 그 순간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20여초 뒤에는 태연하게 뉴스는 이어졌고 아 완전또라이다! 하면서 낄낄거리는 것으로 그 청년이 일으킨 방송 사고는 잊혀졌다. 물론 당시 시설팀 관계자나 경비 담당은 시말서 쓰느라 정신이 없었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근 MBC의 행태를 보면 소씨 청년이 일으킨 방송 사고 정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제작진도 반대하는 가운데 작가들의 목을 쳐 버린다거나 사장의 기묘한 회삿돈 사용은 감사팀에 의해 개인 취향으로 정당화되는 일은 그 허다한 파행의 하나일 뿐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런 착각을 하고 있다. “내 귀에 유임 장치가 되어 있어!”를 부르짖는 낯선 이가 뉴스데스크 생방 현장에 난입하여 앵커를 내쫓고 자신이 뉴스를 진행하는 그런 대형 방송사고가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그런 착각 말이다. 착각이기를 바란다.
특히 사고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역시 생방송을 할 때다. 타임 체크 하나 잘못하면 방송 전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고, 생방으로 진행 중인 촬영 현장에 누가 뛰어들지도 모른다. 또 한국의 아무개 선수!를 부르짖는데 중국 오성홍기가 떡 하니 박히는 어처구니 실종 신고를 내기도 쉽다. 뉴스를 포함하여 대한민국 생방송 사상 최악의 하나로 꼽히는 방송 사고가 1988년 8월 4일 9시 20분쯤 일어났다.
항공모함 니미츠가 초자연적인 폭풍에 휘말려 갑자기 태평양전쟁 전날의 태평양으로 가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 <파이널 카운트다운>의 음악을 시그널로 쓰던 MBC 뉴스데스크는 매우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강성구 앵커는 서울시 지하철 증설과 요금 인상 관련 뉴스를 침착하게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앵커 옆으로 웬 사복의 남자가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강성구 앵커도 그를 의식한 눈치를 보였지만 일단 계속 뉴스를 진행했는데 갑자기 이 남자 강성구 앵커를 밀치고 마이크에 입을 대고 외쳤다. “내 귀에 도청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함께 뉴스를 진행하던 백지연 앵커에 따르면 너무도 태연히 스튜디오에 들어왔기에 속보를 전달하러 온 것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별안간 자신의 마이크를 빼앗아 버린 청년의 등장에 정신이 반쯤은 나가 버린 강성구 앵커였지만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기를 썼고 이내 달려온 스탭들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다는 이 불청객을 몰아냈다. 그는 끌려가면서 자신의 주소와 이름을 외쳤다. 성은 소씨 주소는 가리봉동.
경찰에 따르면 그는 1년 전 축구를 하다가 공에 얼굴을 맞은 뒤 귀에 이상이 생겼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계속 고통과 환청에 시달리다가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그는 이 사건 이외에도 마치 작년에 왔다가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처럼 뉴스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MBC에 무슨 원한이 있었는지 유독 MBC 프로그램만 골라서 방해를 했고, 연세대학교에서는 스트리킹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1989년 9월 26일 한창 투석전이 전개되던 서울대 앞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중간에 뛰어들어 양말과 구두만 신은 채 모든 옷을 벗어던지고 “내 귀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는데 경찰이 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부르짖으며 전경과 학생들 모두를 뜨아하게 만들어버린 사건은 그 중 백미다. (이상 위키디피아 자료)
한국 방송 사상 기록에 남을 방송 사고를 일으켰던 소씨 청년의 그 이상의 뒷 이야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자기 귀에 심어져 있다고 믿는 도청장치 잘 제거하고 이쁜 처자 만나 정상적으로 살아갔기를 바랄 뿐이다. 직업 관계로 피해망상이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만날 기회가 참 많았었는데 희한하게도 그들은 자신의 귀나 몸 안에 도청 장치 내지는 자신을 감시하는 이들이 심은 칩이 들어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렇게 비슷하게 ‘미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논리 구도나 피해(?) 호소의 내용은 놀라울만큼 비슷했다.
소씨 청년이 일으킨 방송 사고는 그야말로 해프닝으로 끝났다. 뉴스를 진행하던 사람이나 보던 사람이나 그 순간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20여초 뒤에는 태연하게 뉴스는 이어졌고 아 완전또라이다! 하면서 낄낄거리는 것으로 그 청년이 일으킨 방송 사고는 잊혀졌다. 물론 당시 시설팀 관계자나 경비 담당은 시말서 쓰느라 정신이 없었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근 MBC의 행태를 보면 소씨 청년이 일으킨 방송 사고 정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제작진도 반대하는 가운데 작가들의 목을 쳐 버린다거나 사장의 기묘한 회삿돈 사용은 감사팀에 의해 개인 취향으로 정당화되는 일은 그 허다한 파행의 하나일 뿐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런 착각을 하고 있다. “내 귀에 유임 장치가 되어 있어!”를 부르짖는 낯선 이가 뉴스데스크 생방 현장에 난입하여 앵커를 내쫓고 자신이 뉴스를 진행하는 그런 대형 방송사고가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한 그런 착각 말이다. 착각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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