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대표에게 묻습니다.
요점은 간단합니다. 간단하다 못해 유치하기까지 합니다. 한 조직의 장을 보위하려고 숙소를 제공했던 조직원의 집에 어느 나쁜 놈이 침입해서 성폭행을 시도합니다. 그 나쁜 놈도 피해자의 동지였고, 동지 가운데 장 짜리였습니다. 나쁜 놈은 처벌하면 되고 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된다는 걸 앞장서서 처결하면 되는데, 조직이 피해자를 배신했습니다. 그 와중의 1인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가 되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정희 대표에게 질문한 걸로 압니다. 열심히 트윗에도 답하시더군요.
“저는 성폭력 피해자의 생존을 도와 소송해온 사람입니다. 2차 가해에 대한 조직내 사후처리 중요성을 잘 알지만, 조직의 장이 열의 갖고 시도했으나 피해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발의안 못 내고 의결 이끌지 못했다하여 공직자격까지 부인하는 것은 무리라 봅니다.”
지금까지 해 오신 노고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조직의 장이 열의를 갖고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발의안 못 내고 의결 이끌지 못했다면 공직자격까지 부인하는 건 무리라는 데에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데 하나 단서는 따라붙습니다. 그 ‘열의’를 입증해야 하고 피해자가 원하는 수준까지의 해결책을 못 내 온 데 대한 책임의 통감과 해명이 필요하겠죠. 그 부분이 행해졌는지는 제가 아직 모르니 넘어가도록 하고, 큰 틀에서 동의합니다. 언 놈이 더럽히고 간 방을 열심히 치웠는데 누가 들어와서 청소 상태가 이게 뭐냐고 한다면 안되겠죠. 자 넘어갑니다.
“ 정진후 후보는 2차 가해 못 막은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난 2차 피해자가 징계받은 것에 대해 피해자가 너무 약하다며 이의 제기하자, 재징계안을 대의원대회에 올린 사람입니다. 사실이 정확해야 토론이 됩니다.”
앞의 것은 다 작파합시다. ‘사실’ 관계에 있어 엇갈리고 있는 부분 이정희 대표님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원하는 징계가 무엇이었기에 좌절되었으며, 그럼 현재까지 빵을 살고 있는 범죄자와 그의 행각을 덮으려 했던 이들에 대한 징계가 미약하다가 항의한 사람의 요구가 왜 좌절되었는지 그 사실 또한 정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사람은 장계안 올렸는데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고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걸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저는 성폭력의 불의에 맞서 싸운 사람입니다. 그 기준에서 볼 때, 정진후 후보가 이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낸 것은 못되나 피해자의 말을 경청하고 노력하고 성찰하며 애써왔다 판단했습니다.”
네 성폭력의 불의에 맞서 싸워 오신 거 충분히 알고 있고 최대한의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님이 대표로 오시기 전의 민주노동당 주류, 그러니까 지금 이정희 대표님을 모시고 있는 그분들은 심각한 폭행 사건이 난 뒤에 “왜 맞았는지를 조사하자”고 나대던 분들이었음을 상기해 주세요. 그들의 주장의 허점은 누구보다 이정희 대표가 잘 아시리라 믿어요. 피해자의 피해를 피해자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태도였고 뭣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의 피해보다 다른 요소를 부각시키려는 2차 가해의 문제였지요.
가장 중요한 피해자의 말에 앞서서 “왜 피해를 봤는지 조사하자”가 왜 2차 가해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드릴 필요가 없겠죠. 모든 사건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은 피해자의 증언입니다. ‘피해자 중심주의’ 아시죠? 일단 다른 사람의 평가는 그 다음의 계제이고 말입니다. 정진후 전 위원장이 “피해자의 말을 경청하고 노력하고 성찰하며 애써왔다.”는 평이 이정희 대표님의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한 말이라면 사실 이 문제는 말끔하게 해소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피해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이정희 대표님이 그렇게 평가한 거라면 대표님은 지금 2차 가해를 하고 계신 겁니다. 피해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엉뚱한 사람이 “쟤는 가해자도 아니고 할만큼 했어!”라고 단언한다면 피해자의 복장이 온전하겠습니까.
그런데 참으로 애석하게도 지금 피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저를 가장 힘들게 상처주고 아프게 한 것은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의 간부들입니다...... 그들이 왜 이토록 저를 죽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뭐 1년 반 전의 인터뷰군요. 그 후에 입장이 바뀌었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 이름이 거명된, 힘들게 상처주고 아프게 한 주체로 거명된 사람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로 결정하는 데에는 최소한 저 인터뷰의 반전드라마가 펼쳐져야 옳지 않겠습니까? 피해자의 평가 없이 대표님이나 대표님과 뜻맞는 사람들끼리 “쟤는 할 만큼 했어. 그러니 하자없어,”라고 평가해 버린다면, 그 온갖 흠에도 불구하고 장관 등 임명을 강행하는 MB와의 차이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
문제는 아주 간단합니다. 피해자의 증언에만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피해자가 이미 정진후 후보와 오해를 풀었고, 흔쾌히 그를 응원하기로 했다,”거나 “피해자가 얘기한 것은 전임 정진화 위원장의 오타였다.” 라거나, 무슨 해명이 있어야 ‘진보’정당의 비례대표에 수긍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 해명 없이 어떻게 통합진보당을 진보당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간단합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피해자가 증언하는 바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저를 가장 힘들게 상처주고 아프게 한 것은” 정진후 비례대표가 아님을 증명해 주시면 됩니다. 그럼구구하게 뭐 2차 가해자가 아니네, 할만큼 했네 하는 사설 늘어놓으실 필요가 터럭만큼도 없으십니다. 트윗에서 몇 차례, 그리고 트친들에게 리트윗까지 해서 부탁드렸는데 말씀이 없으셔서 좀 긴 글로 올립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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