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의 오역
1979년 2월 7일 죽음의 천사는 어디로 갔을까
한창 배추머리 김병조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메인 MC로서 절정의 줏가를 달릴 때였어. 그 프로그램의 클로징이었을 거야. 난데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죽 읽더군. 보통 사람들의 이름이 아니라 위인들이나 잘 알려진 스타나 비슷한 위상의 사람들이었지. 그 가운데 한 이름이 나왔어 멩겔레. 그리고 또 다른 이름들이 줄을 이었지. 그 다음 김병조의 멘트는 이것이었어. “이상은 이 방송을 볼 수 없는 분들입니다.” 즉 다 죽은 사람들이라는 거지. 멩겔레. 조지프 멩겔레는 그즈음 완전히 죽은 것으로 판명났지만 바로 전까지도 살았네 죽었네 말이 많았던 사람이었지.
요제프 멩겔레는 의사였어. 탁월하지는 않으나 독일인답게 성실한 의사였지. 탁월하지는 않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의 논문 제목을 봐서야. 그의 논문 제목은 “인종에 따른 턱의 구조 차이”였어. 즉 인종에 따라 그 신체 구조가 명확하게 다르며, 역으로 그 신체 구조에 따라 인종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 바로 나찌의 논리였어. 나찌는 사람의 얼굴을 자로 대 가며 열등인종인지 우등인지를 가렸다. 이게 얼마나 엉터리인가는 그 검사를 통해 “완벽한 아리안 인종”의 판정을 받은 유태인들의 예로 알 수 있어. 그러니 탁월한 의사라고는 볼 수 없겠지.
하지만 그는 성실했어. 자신의 의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또 주어진 임무를 위하여 그는 빈틈없이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긴 정확한 독일인이었지. 1943년 아우슈비츠 유태인 강제 수용소에 의사로 부임한 그는 그 성실성과 정확성을 끔찍하게 발휘하지. 그는 도망치다가 잡힌 유태인 소년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이면서 그 죽음의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했다고 해. 사람의 피부가 어떻게 불에 타고 어느 정도의 고통을 느끼며 언제 숨이 끊어지는지 등등에 대해서 말이지. 연일 아우슈비츠에 실려오는 유태인들 주위를 돌아다니며 그는 그의 모르모트들을 골라 낸다. 인간 모르모트들은 일단 행복했어. 첫째 가스실로 끌려갈 위협은 없었던데다가 중노동에 시달리던 다른 유태인들보다 밥도 괜찮게 먹였거든.
멩겔레가 특히 관심을 보였던 연구는 쌍둥이들에 대한 연구였어. 그가 아우슈비츠에 근무한 기간은 21개월, 그는 연일 실려오는 수용자들 가운데 쌍둥이를 특별 관리했지. 그래서 그의 손에 걸린 쌍둥이가 무려 1500 쌍이라고 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금발의 푸른 눈의 ‘아리안 족’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쌍둥이를 대량 생산(?)하려는 심산도 있었다니 멩겔레의 관심이라기보다는 히틀러의 관심이라는 게 옳겠지.
실험은 다양했어. 쌍둥이 중 하나에게 온갖 독성 물질이나 세균 등을 퍼붓고 그와 다른 하나를 비교하는 실험, 아예 둘을 즉사시키고 즉시 해부하여 둘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실험 등등. 그 가운데 참 기가 막히는 건 눈 실험이었어. 눈동자 색깔을 바꿀 수 있을까 보기 위해 쌍둥이들의 눈에 물감을 떨어뜨려 ‘염색’을 기도했던 거지. 그 외에도 멩겔레는 기상천외한 실험들을 서슴없이 했어. 쌍둥이들의 생식기를 바꿔 본다거나 샴 쌍둥이처럼 둘을 붙여 버린다거나 하여간 동물 실험을 하는 사람들도 상상 못할 일을 버젓이 했지.
작게는 10만, 많게는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의사 멩겔레는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근처가지 육박하자 수용소를 탈출해. 1945년 1월 초,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를 만나고 숨어 지내는데 이 죽음의 천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너무도 많았지. 의사 뿐 아니라 변장에도 귀재였던 그는 유럽을 탈출해 남미로 가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전전한 끝에 브라질의 한적한 밀림에 정착해서 친구에게서 빌린 볼프강 게르하르트라는 가명으로 평생을 유유자적 살다가 죽어. 예순 여덟 나이에 수영을 즐기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했다니 죽음 치고는 매우 안락하고 평화로운 죽음이었지. 전직 모사드 (이스라엘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 에이탄에 따르면 그는 모사드에 의해 은신처까지 파악됐었다고 해. 하지만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악질 나찌 체포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멩겔레 검거를 포기해야 했다는군.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돼 이스라엘 법정에 서는 걸 본 멩겔레는 더욱 더 꽁꽁 숨어 버렸고. 그 뒤 멩겔레는 꼬리를 밟히지 않았어.
2009년 묘한 기사가 나왔어. 브라질의 칸디도 고도이라는 독일인 마을에서 여성 5명이 임신을 할 경우 그중 1명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쌍둥이를 출산한다는 거야.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나치 과학자 요세프 멩겔레의 실험 결과가 아니냐는 주장을 편 거지. 평균적으로 쌍둥이는 80명의 여성 가운데 한 명 꼴로 낳는데 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거 아니냐는 거지. 멩겔레는 1960년대 초반 그곳을 자주 방문해서 의료 행위를 했었고 거기서 그의 실험을 브라질에서까지 계속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지. 그만큼 그의 그림자는 깊고도 길었다.
하지만 진짜 악은 그 그림자 뒤에 숨어 있는지도 몰라. 실상 김구를 쏜 안두희처럼 그는 그 배후의 거대한 세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일개 군의관에 불과했거든. 물론 그는 사람을 장난감 취급했고 쥐보다도 못하게 대우했던 건 명백한 사실이지. 하지만 그가 공포의 실험 후 작성한 보고서를 보낸 빌헬름 황제 연구소는 그 모든 서류를 불태우면서 혐의에서 벗어났고 그에게 그 실험을 명령했던 상관들도 정확하게 처벌받지 않았어. 멩겔레는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고 항변했을지도 모르겠다. 손에 피 묻히지 않고 말로 수만 명을 죽인 이들은 당당하게 대로를 활보하다가 명예 누리며 죽었는데 자기는 왜 가명으로 평생을 숨어 살아야 했느냐고 말이지. 그리고 일본 731부대의 의사들처럼 미군과 협상하여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것을 억울해했는지도 몰라.
나쁜 놈들은 항상 자신이 덜 나쁜 놈이며 자기 뒤에 진짜 악당이 있다고 떠벌이지. 그런데 슬픈 건 그게 항상 공나발만은 아니라는 점이야. 그 진짜 나쁜 놈들은 대개는 드러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의 하수인들이 행한 악의 댓가를 향유하는 한편, 용도 폐기된 허수아비를 대중에게 내 주고 몽둥이를 들려 주면서 맘껏 두들겨 패서 스트레스를 풀라고 격려하기까지 하지. 사람들은 그 허수아비를 쫓다가 허수아비를 조종하는 놈들은 잊게 되고 허수아비를 때려잡고서 “정의의 승리”를 노래할 때가 많지. 그때 그 진짜로 나쁜 놈들의 기분은 어떨지 심히 궁금해. 사람들은 그럴 때 천벌이 필요하다고들 하겠지. 또 지옥이 있어주어야겠다고 하겠지. 신은 또 그럴 거 같아. “니들이 못한 일을 왜 나보고 하라고 그러니?” 조제프 멩겔레가 1979년 2월 7일 죽었다. 그는 지옥에 갔을까?
tag : 산하의오역
1979년 2월 7일 죽음의 천사는 어디로 갔을까
한창 배추머리 김병조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메인 MC로서 절정의 줏가를 달릴 때였어. 그 프로그램의 클로징이었을 거야. 난데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죽 읽더군. 보통 사람들의 이름이 아니라 위인들이나 잘 알려진 스타나 비슷한 위상의 사람들이었지. 그 가운데 한 이름이 나왔어 멩겔레. 그리고 또 다른 이름들이 줄을 이었지. 그 다음 김병조의 멘트는 이것이었어. “이상은 이 방송을 볼 수 없는 분들입니다.” 즉 다 죽은 사람들이라는 거지. 멩겔레. 조지프 멩겔레는 그즈음 완전히 죽은 것으로 판명났지만 바로 전까지도 살았네 죽었네 말이 많았던 사람이었지.
요제프 멩겔레는 의사였어. 탁월하지는 않으나 독일인답게 성실한 의사였지. 탁월하지는 않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의 논문 제목을 봐서야. 그의 논문 제목은 “인종에 따른 턱의 구조 차이”였어. 즉 인종에 따라 그 신체 구조가 명확하게 다르며, 역으로 그 신체 구조에 따라 인종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 바로 나찌의 논리였어. 나찌는 사람의 얼굴을 자로 대 가며 열등인종인지 우등인지를 가렸다. 이게 얼마나 엉터리인가는 그 검사를 통해 “완벽한 아리안 인종”의 판정을 받은 유태인들의 예로 알 수 있어. 그러니 탁월한 의사라고는 볼 수 없겠지.
하지만 그는 성실했어. 자신의 의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또 주어진 임무를 위하여 그는 빈틈없이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긴 정확한 독일인이었지. 1943년 아우슈비츠 유태인 강제 수용소에 의사로 부임한 그는 그 성실성과 정확성을 끔찍하게 발휘하지. 그는 도망치다가 잡힌 유태인 소년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이면서 그 죽음의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했다고 해. 사람의 피부가 어떻게 불에 타고 어느 정도의 고통을 느끼며 언제 숨이 끊어지는지 등등에 대해서 말이지. 연일 아우슈비츠에 실려오는 유태인들 주위를 돌아다니며 그는 그의 모르모트들을 골라 낸다. 인간 모르모트들은 일단 행복했어. 첫째 가스실로 끌려갈 위협은 없었던데다가 중노동에 시달리던 다른 유태인들보다 밥도 괜찮게 먹였거든.
멩겔레가 특히 관심을 보였던 연구는 쌍둥이들에 대한 연구였어. 그가 아우슈비츠에 근무한 기간은 21개월, 그는 연일 실려오는 수용자들 가운데 쌍둥이를 특별 관리했지. 그래서 그의 손에 걸린 쌍둥이가 무려 1500 쌍이라고 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금발의 푸른 눈의 ‘아리안 족’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쌍둥이를 대량 생산(?)하려는 심산도 있었다니 멩겔레의 관심이라기보다는 히틀러의 관심이라는 게 옳겠지.
실험은 다양했어. 쌍둥이 중 하나에게 온갖 독성 물질이나 세균 등을 퍼붓고 그와 다른 하나를 비교하는 실험, 아예 둘을 즉사시키고 즉시 해부하여 둘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실험 등등. 그 가운데 참 기가 막히는 건 눈 실험이었어. 눈동자 색깔을 바꿀 수 있을까 보기 위해 쌍둥이들의 눈에 물감을 떨어뜨려 ‘염색’을 기도했던 거지. 그 외에도 멩겔레는 기상천외한 실험들을 서슴없이 했어. 쌍둥이들의 생식기를 바꿔 본다거나 샴 쌍둥이처럼 둘을 붙여 버린다거나 하여간 동물 실험을 하는 사람들도 상상 못할 일을 버젓이 했지.
작게는 10만, 많게는 4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의사 멩겔레는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근처가지 육박하자 수용소를 탈출해. 1945년 1월 초,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를 만나고 숨어 지내는데 이 죽음의 천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너무도 많았지. 의사 뿐 아니라 변장에도 귀재였던 그는 유럽을 탈출해 남미로 가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전전한 끝에 브라질의 한적한 밀림에 정착해서 친구에게서 빌린 볼프강 게르하르트라는 가명으로 평생을 유유자적 살다가 죽어. 예순 여덟 나이에 수영을 즐기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했다니 죽음 치고는 매우 안락하고 평화로운 죽음이었지. 전직 모사드 (이스라엘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 에이탄에 따르면 그는 모사드에 의해 은신처까지 파악됐었다고 해. 하지만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악질 나찌 체포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멩겔레 검거를 포기해야 했다는군.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돼 이스라엘 법정에 서는 걸 본 멩겔레는 더욱 더 꽁꽁 숨어 버렸고. 그 뒤 멩겔레는 꼬리를 밟히지 않았어.
2009년 묘한 기사가 나왔어. 브라질의 칸디도 고도이라는 독일인 마을에서 여성 5명이 임신을 할 경우 그중 1명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쌍둥이를 출산한다는 거야.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나치 과학자 요세프 멩겔레의 실험 결과가 아니냐는 주장을 편 거지. 평균적으로 쌍둥이는 80명의 여성 가운데 한 명 꼴로 낳는데 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거 아니냐는 거지. 멩겔레는 1960년대 초반 그곳을 자주 방문해서 의료 행위를 했었고 거기서 그의 실험을 브라질에서까지 계속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었지. 그만큼 그의 그림자는 깊고도 길었다.
하지만 진짜 악은 그 그림자 뒤에 숨어 있는지도 몰라. 실상 김구를 쏜 안두희처럼 그는 그 배후의 거대한 세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일개 군의관에 불과했거든. 물론 그는 사람을 장난감 취급했고 쥐보다도 못하게 대우했던 건 명백한 사실이지. 하지만 그가 공포의 실험 후 작성한 보고서를 보낸 빌헬름 황제 연구소는 그 모든 서류를 불태우면서 혐의에서 벗어났고 그에게 그 실험을 명령했던 상관들도 정확하게 처벌받지 않았어. 멩겔레는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고 항변했을지도 모르겠다. 손에 피 묻히지 않고 말로 수만 명을 죽인 이들은 당당하게 대로를 활보하다가 명예 누리며 죽었는데 자기는 왜 가명으로 평생을 숨어 살아야 했느냐고 말이지. 그리고 일본 731부대의 의사들처럼 미군과 협상하여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것을 억울해했는지도 몰라.
나쁜 놈들은 항상 자신이 덜 나쁜 놈이며 자기 뒤에 진짜 악당이 있다고 떠벌이지. 그런데 슬픈 건 그게 항상 공나발만은 아니라는 점이야. 그 진짜 나쁜 놈들은 대개는 드러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의 하수인들이 행한 악의 댓가를 향유하는 한편, 용도 폐기된 허수아비를 대중에게 내 주고 몽둥이를 들려 주면서 맘껏 두들겨 패서 스트레스를 풀라고 격려하기까지 하지. 사람들은 그 허수아비를 쫓다가 허수아비를 조종하는 놈들은 잊게 되고 허수아비를 때려잡고서 “정의의 승리”를 노래할 때가 많지. 그때 그 진짜로 나쁜 놈들의 기분은 어떨지 심히 궁금해. 사람들은 그럴 때 천벌이 필요하다고들 하겠지. 또 지옥이 있어주어야겠다고 하겠지. 신은 또 그럴 거 같아. “니들이 못한 일을 왜 나보고 하라고 그러니?” 조제프 멩겔레가 1979년 2월 7일 죽었다. 그는 지옥에 갔을까?
tag : 산하의오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