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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산하의 썸데이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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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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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배를 쥔다. 우울함이 사라지고 유쾌함이 전신을 마사지한다. 아 이런 기분 얼마만이더뇨. 무한도전이 파업 때문에 불방이되 백분토론은 이어지고 있었으매 이러한 기쁨을 만나는구나. 나 역시 MBC 파업을 지지하며 ‘댄서의 친구’ 사장님은 제발덕분 물러가 주시기를 바라나 백분 토론 제작진이 파업에 가담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책상 머리에 발 올리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초절정 하이개그가 난무하고 개콘을 능가하는 허무 개그가 빵빵터지는 명품 토론에 경배하고 감복했다. 아 역시 대한민국은 재미있는 나라다.



오늘의 히어로는 단연 이의엽이라는 영걸이시다. 정책위의장이라면 한 당에서 가장 알짜배기 인재가 앉는 자리다. 전(前)자가 붙었는지 현직인지 잘 모르겠지만 전직이건 현직이건 그 당에서 가장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 중의 하나임을 공인받으신 분이라 하겠다. 아 역시 그런 분들은 유머 감각도 탁월하셨다. 경선 과정에서 당권파의 횡포에 분노한 통진당 후보가 당사 앞에서 농성한 적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농성한 적 없다. 그냥 플래카드 걸어 놓고 음악 틀어놓은 거 뿐이다.”

 라고 하실 때 나는 의자째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실화다. 그분 상식으로는 한 열 몇 시간 “불법 티머니 충전하라.”를 좀비처럼 부르짖고 안되면 뛰어들어 머리채 정도는 잡아채는 실력쯤은 있어야 농성이라 이름할 수 있으신가보다. 가련하여라 국회 앞에서 풍찬노숙하며 자신의 존재를 외로이 밝히고 있는 분들이여. 시청 앞 재능 노동자들이여. 몸에 알림판 두르고 1인시위를 하는 가냘픈 이들이여 이제 그대들은 농성자가 아니노라며 대한민국 제 3당의 정책위의장께서 선언하셨도다.


 이의엽 의장님의 유머감각은 말을 더할 때마다 눈처럼 쌓이고 동짓날밤처럼 깊어만 갔다. 이쪽에서 온갖 잡다한 부정과 부실 사례를 입 아프게 읊어대었을 때 그이가 휘두른 한칼에 그 말들은 허리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그 사례들 선관위에서 다 무효처리한 겁니다. 맞죠? 문제 없죠?”



아 그 순간의 아연함이여. 아 아 그 발상의 위대함이여 아 아 아 그 천재적인 두꺼움이여. 문제는 그 사례의 무효화가 아니라 그 사례의 발생이었음을 저렇게 깔끔하게 비질로 쓸어버리는 내공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대한민국 공당의 경선이 “안 걸리면 그만, 걸리면 무효”라는 원칙 하에서 치러졌음을 나는 오늘에서 깨달았도다. 무릎을 치며 이마를 두들긴다. 아 나는 바보였구나. 그래, 그래서 이정희도 관악을에서 “걸렸어? 미안! 다시 하자!”라고 발랄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이었구나. 아 저래서 “70퍼센트도 아닌데 뭘 총체적 부실?”이라는 이석기의 대범함은 그의 개인적 성품이 아니었구나. 웃다가 웃다가 숙연해진다. 위대할손 그대 이름은 이의엽 의장. 나가자 당과 의장님 따라 당과 의장님 따라 천만리.

 

그 한쪽에 앉으신 우리의 이상규 당선인은 사뭇 깔끔하셨다. 진중권의 거친 공세에도 늠연하게 대응하셨고 신사처럼 점잖게 공작처럼 우아하게 자리를 지키신 것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원래 엄숙한 사람이 웃길 때 더 터지는 법이다. 생중계를 통해 많은 이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본 통진당 중앙위원회. 대놓고 중앙위원회를 무산시킬 목적으로 늑대 울음같은 샤우팅을 몇 시간 멈추지 않는 괴력을 발휘하던 그 사람들 앞에서, 실로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하던 심상정 대표를 두고 “이의 있습니까 물었을 때 이의있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무시해서..... ”라는 말을 할 때 나는 또 한 번 허파를 칼에 찔린 듯이 웃어야 했다.
 

야 역시 신앙이란 위대한 것이다. 보고 나서 믿는 것보다 보지 않고 믿는 것이 나으리라. 수십만이 지켜본 그 풍경, 진보판 용팔이들이 단상으로 밀고 올라올 때 보수매체고 진보매체고 불문하고 여기자들은 눈물을 흘린 그 폭력의 현장을 악몽으로 간직한 이들 앞에서 당선인께서는 의연히 그렇게 말씀하신다. 필시 농담이리라. 이상규 당선인께서는 이렇게 농담을 진담같이 하는 것을 즐기시는 것 같았다.



또 한 번의 대폭소, 멘탈의 즐거운 붕괴는 시민 논객의 질문 때에 왔다. 어차피 토론 프로그램도 연출이 필요한 것이고 시민 논객의 질문은 예비된 것이었을 것이다. 삼대세습, 북한 핵 문제 인권 문제 등에 대해 시민 논객이 물었을 때 이상규 당선인이 보여 주신 횡설수설과 동문서답의 절묘한 조화는 가히 대한민국 모든 개그맨의 무릎을 꿇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냉전 시대의 유물같은 질문을 받는 자체가 슬프다”면서 졸지에 질문자를 냉전 시대의 유물로 모는 건 일단 반칙이었다. 질문자가 반박했듯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북한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 자체가 냉전의 유물이 된다면 그것은 이쪽에 잉태된 매카시즘의 돌연변이일 뿐이기에 그렇다.



이분의 반칙에 치켜올라가던 내 눈꼬리는 그만 당선인께서 발휘하신 천재적인 유머 감각에 녹아버리고 말았다. 오오 “북한에 갔더니 온통 회색빛이더라.....”는 시적인 발언에 내 가슴은 뛰었고 “술은 좋은데 거꾸로 뒤집으니 쏟아지더라.”는 고승의 화두같은 북한 방문 소감은 감겼던 내 눈을 틔웠던 것이다. 그러면서 남기시는 말씀, “이렇게 북한을 현실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아아 그 깊은 가르침에 또 한 번 숙연해지려는 찰나, 뒤통수를 강타하는 죽비 “질문에 대한 답변은 유보하겠습니다.” 아 방송 카메라가 그 시민 논객을 비추지 못한 이유를 나는 안다. 아마 거품을 물고 쓰러지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며 데굴데굴 구르다가 조연출의 제지를 받았으리라. 작가들에게 끌려나갔으리라. 모니터 통해 현장을 지켜보는 내가 멍해지는데 현장에 있던 시민 논객의 충격은 오죽했으랴.
 

이상규 당선인은 마지막으로 철저한 쇄신과 반성을 말씀하셨다. 약속하셨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이 또 얼마나 웃기는지를 안다. 오늘 토론에서 조준호 대표의 조사 결과를 인정 안 한다고 했다가 완전히 인정 안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가 왔다 갔다 했던 건 그냥 애교로 웃어 주면 되지만, 같은 당권파의 “마른 풀 다시 살아나 일어나 국회가 되네”의 주인공 김선동 대인께서는 그 조사 보고서를 폐지하라고 외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슬쩍 갖다 대면 ‘철저한 쇄신’이라는 발언이 얼마나 웃기는 나가사키 짬뽕인지를 알게 된다. 결국 그는
 
“철저한 쇄신과 반성을 우리 식대로 하겠다.”
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반성하는데 비례대표는 못놓겠고 쇄신하는데 우리는 할 거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아니 웃긴가. 이 아니 포복절도하겠는가.



 마지막으로, 근근히 이성의 끈을 잡고 버티던 나의 멘탈을 붕괴시킨 마지막 돌 하나는 이상규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원대한 포부의 표출이었다. 내가 우리 아들 녀석으로부터 1천일 묵언 수행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해도 그렇게 웃기지는 않았을 것이고, 사고뭉치 AD가 60분 다큐 10부작을 8월까지 완성해 오겠노라고 기염을 토해도 이상규 당선인의 호연지기 앞에서만큼 앙천대소하지는 못하였으리라. 한 당에 두 비대위라는 기상천외한 구도를 만들고 진중권 말마따나 “전국민을 상대로” 자기네 당파 당원들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사람의 입에서 대선 승리라....... 웃었다. 눈물이 나게 웃었다. 마누라가 남편 실성했나 싶어 놀라 뛰어올만큼 웃었다. 고맙다. 웃을 일 없는 요즘 이렇게 웃게 해 주다니. 이 은혜 잊지 않으리라. 아주 뼈에 새기고 머리 풀어 신을 삼을 정도로 잊지 않으리라. 고맙습니다 이의엽 의장, 감사합니다 이상규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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