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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만 해도 정진후가 누군지 정진화가 누군지 몰랐는데, 좀 알아보다 보면서 정진후 위원장이 비례대표에서 용퇴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자꾸 도달하게 됩니다. 페북 학교 민주동우회 게시판에서 논쟁(?) 중 정진후 위원장을 위해 일하신다는 교사분이 '피해자를 위한 글'을 퍼오셨는데 그걸 보고 정말 기함을 합니다.
아래 글은 그 반박입니다. 윗 링크를 먼저 읽으시고 글을 읽어 주세요.
저는 사학과 88학번입니다. 아래에서 썰렁한 분위기를 만든 1인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인 정진후 후보가 용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래 통합진보당 게시판에 올랐다는 '피해자를 위한 글'이 전혀 피해자를 위한 글 같지 않아서 몇 자 적어 둡니다. 저는 교육계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딸이 이런 폭력의 희생양이 되었을 때 전교조 선생님들의 대처 방식이 이 사건과 같다면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입니다.
윗 글쓴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처벌해야할 핵심은 1차 가해자입니다. 법적으로 정확히 그리고 제대로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첫 번째 과정입니다.”
틀렸습니다. 1차 가해자의 처벌은 핵심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길 가던 여교사를 어느 발바리가 잡아챈 것이 아니라 조직의 수장을 보호하고자 어려운 일을 떠맡은 전교조 조합원이 성폭행 미수를 겪은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조직의 명예와 보위를 위해 고소를 않거나 고소 시기를 늦춰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입밖에 낸 사람은 전교조 위원장입니다.
물론 “나라도 전교조 위원장이면 조직을 생각할 것 같아.”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보라는 건 그런 생각을 막아서고,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파악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따위의 논리가 횡행하는 분위기를 막자고 진보의 가치가 출발하는 것이고, 그를 위해 진보 진영은 매우 지난한 싸움을 행해 왔던 것입니다. 전교조의 수장의 입에서 “고소를 하시려면 하시는데...... 조중동이 선생님을 이석행 위원장 첩으로 만들려는 기사를 준비 중이래요. 고소하시면 선생님이 피해를 입으셔요.” 따위의 말이 나온 순간, 그는 2차가해를 자행한 것이며 조직을 앞세워 피해자의 권리를 막으려 한 것입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바로 이런 방식의 입막음이 학교에서는 널리 횡행하고 있습니다. 동우 여러분의 딸이 당할 수도 있는 일이지요. “고소를 하시려면 하시는데..... 경찰에 불려다니고 조서 쓰고 얘가 감당할 수 있겠어요?”
이런 판국에 ‘1차가해자가 처벌되는 게 핵심 아니냐?’는 말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며, 그 부드러운 말투에 숨은 저의를 의심할만큼의 교묘한 표현입니다. 이미 사태는 2차가해자들에 대한 조직의 대응 문제로 치환된지 오래였는데 말입니다. 비유해 보자면 여러분의 딸이 성폭력을 당했는데 가해자는 고발하여 처벌됐지만 고발 이전, “고소해 봐야 너만 다쳐.” 라고 충고(?)하던 담임과 반장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그들의 문제를 얘기하는 여러분에게 “거 나쁜 짓 한 놈만 처벌하면 됐지 말 많네.”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들을 1차 가해자에 준하는 벌을 내리는 것은 사실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완벽한 왜곡입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사악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피해자가 2차 가해자를 구속하라고 얘기했습니까? 교사라는 호구지책 뺏으라고 했습니까? 조직의 수장으로서 끔찍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조직의 보위’를 운운하며 고소하지 말자고 (나중에는 하실테면 하셔라 하지만 피해가 많을 거라는 충고로 바뀌긴 했지만) 사건의 은폐를 기도하던 이의 조직 내에서의 책임을 묻고자 했을 뿐입니다. 처음에는 전교조 자체에서도 제명으로 내려졌던 그 처분을 유지하거나, 3년간의 자숙을 요구했을 뿐입니다. 그것은 빈발하는 학교내 폭력과 성폭력 사건과 맨 전면에서 부딪치는 교사들의 조직, 전교조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임무이며, 조직 보위에 앞서서 조직의 존재 가치에 준하는 행동인 것입니다. 그런데 전교조의 ‘참실련’은 ‘제명’ 결의를 조직적으로 뒤엎습니다. “징계포상위원회는 반드시 장악”한다는 조직적 개입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 와중에서 피해자에게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 제멋대로주의냐?” 따위의 차마 전교조라는 진보를 자처하는 조직의 교사로서는 입에 담기도 뭐한 망발들이 퍼부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의 처리를 잘해야 했던 사람이 국회의원 후보로 나오면서 이 사건은 다시 제기되었고 피해자는 다시 그 사건속으로 걸어들어갑니다. 일종의 돌발상황이었죠. 앞으로 이 돌발상황은 몇 번이나 더 생길수 있습니다....... 그런 돌발상황이 나타나면 피해자는 다시 그 사건속으로 걸어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지지모임은 여전히 피해자를 도우며 그 상황에 함께 대응해야 할겁니다.”
정말이지 분노합니다. 이 글 쓴 사람 아주 숫제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의 처리를 ‘잘하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장학사로 가는 것도 아니고 자칭 진보 정당의 ‘비례 대표 후보’로 나서는 마당에 그를 ‘돌발상황’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그것이 ‘몇 번이나 더’ 생길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괴로움을 받고 있는 피해자에게 “너 몇 번이나 이런 일 당해야 하는지 모르지?”라고 아주 따스한 위로를 하고 있습니다. 그 처리를 잘했고 못했고는 이미 이 글쓴이의 안중에 없는 겁니다. 피해자의 아픔 따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위로(?) 많이 봅니다. “이쯤에서 끝내. 해 봐야 너만 다쳐.” 전교조 선생님들이 전교조를 만들 때 많이 듣던 충고 아니던가요? 도대체 이런 말을 왜 ‘진보’들에게서 들어야 하는 건가요?
“인간이 잊어버릴 수 있다는 능력은, 아픔을 잊을 수 있는 치유의 힘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건을 잊어버리라고? 누구 좋게?’ 이렇게 항변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피해자가 이 사건을 잊어버리시길 권합니다. 아니 피해자가 자꾸 상기하려 해도 진정 피해자를 돕고 싶으시다면 지지모임 분들이 잊도록 도와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상이 1차 가해자라면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시길 권할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자신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그야말로 마음을 치우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냥 어느 순간 한번 끌어안고 펑펑 울어버리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는 아예 눈 앞이 아득해집니다. 자신에게 엄청난 상처를 준 위원장과 그 위원장 처벌과 자숙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린 정파, ‘피해자면 다냐?’는 식으로 나왔던 이들의 정파, 그리고 그들의 대표로서 ‘처리를 잘 못한’ 것으로 본인이 인정했으며 피해자가 “왜 날 속였느냐?”라고 사무치게 물어야 했던 사람이 진보정당씩이나 되는 정당의 국회의원으로 나선다는데 ‘잊어라.’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도 그들을 끌고간 놈들과 짓밟은 군인들만 처벌하면 그 마음이 풀리실 텐데, 뭐 다 죽고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잊어버리시면 되지요. ‘매춘부’니 뭐니 헛소리했던 일본인 관료들에 대한 미움도 마음을 치유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이쯤되면 이 글을 퍼 오신 분께도 질문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정진후 위원장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그를 도우시는 분들 정말 이런 생각으로 피해자를 대하고 있습니까? 교사로서 성폭력 피해자 관련 교육은 받으신 적 있습니까? 거기서 “1차 가해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피해자가 잊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배우셨습니까? 그저 교사도 아니시고, 정진후 위원장을 도와 일하신다고 하니 더욱 문제가 심각합니다. 정말로 이런 겁니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며칠 전만 해도 까맣게 몰랐던 일을 대화를 통해 알게 되면서, 저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정진후 위원장 국회의원해서는 안될 사람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를 공격할 것이고, 그를 지지하는 이런 어불성설의 논리를 공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제 참여의 의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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